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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근처에서

중고 거래 앱 〈당근마켓〉의 김재현 대표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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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에 누가 사는지. 주민 대표는 누구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한 구역인지.

동네에 대해 모르고 사는 것이 당연한 요즘, 이웃의 힘을 믿는 사람이 있습니다. 동네 사람과 중고 거래를 하는 〈당근마켓〉을 개발한 김재현 공동 대표입니다. 그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동네 주민과 거래한다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판교에 위치한 회사에 다니던 시절부터 구상했어요. 당시 직원이 3000명 정도였고 사내 게시판이 활성화되어 있었죠. 주로 중고 물품을 사고파는 게시글이 많이 올라왔어요. 같은 건물에 있으니 거래하기 편하고, 몇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들이니 속이는 일 없고. 효율적이고 믿음직한 장터였어요.

이 장터를 좀 더 키워 보고 싶었어요. 주변 회사 직원들과도 함께 거래하는 앱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회사를 그만두고 2015년 7월에 ‘판교장터’라는 앱을 개발했어요. 사용자들이 소속된 회사 이메일로 인증을 해야 가입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지역 특성상 전자 기기 거래가 활발했어요.

입소문이 나며 판교 주민들도 거래하고 싶다고 요청해 왔어요. 같은 해 10월, 회사 이메일 주소가 아닌 전화번호로 인증하도록 시스템을 바꿨죠. 이름도 더 친근하게 〈당근마켓〉으로 바꿨고요. ‘당신 근처에서’의 줄임말이에요.

게시판에서 얻은 아이디어가 빠르게 앱으로 탄생했네요.
제가 서버 개발자라 앱은 뚝딱 만들 수 있어요. 게시판 형태의 간단한 앱은 2주에서 3주면 완성하죠. 사용자들의 반응을 보며 수정하고 개선해 나가는 방식을 선호해요. 〈당근마켓〉도 매년 개선해 오고 있어요.


회사 인증부터 동네 인증까지. 다양한 시도 끝에 현재의 〈당근마켓〉이 탄생했습니다.

그래도 앱이 뚝딱 출시되긴 힘들 텐데요.
크고 작은 회사를 거치며 앱을 만들어 본 경험 덕분이에요. 2010년 iPhone이 출시되던 때부터 스타트업 회사에서 앱을 개발했죠. ‘포켓스타일’과 ‘쿠폰모아'라는 앱인데, 당시 다운로드 수가 꽤 높았어요. 그 사업을 카카오가 인수했고, 몇 년 일하다 다시 창업해 〈당근마켓〉을 만든 겁니다.

〈당근마켓〉 출시 이후 지금까지 위기는 없었나요?
힘든 적도 더러 있었지만, 비교적 평탄했어요. 자율과 책임을 중시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서로 호칭할 때도 위아래가 없어요. 모든 정보는 전체 공개고요. 회사가 잘 유지되는 비결인 것 같습니다.

〈당근마켓〉이라는 앱이 쭉 유지하는 게 있다면요?
동네 주민과 거래한다는 콘셉트를 잃지 않으려고 해요. 사용자들은 동네 범위를 넓혀 달라고 늘 요청하는데, 그 의견을 일부러 반영하지 않아요. 걸어서 혹은 자전거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서만 거래하도록, 오히려 동네 범위를 점점 좁히고 있어요.

거래 면적을 점점 넓히다 보면 아무런 신뢰 장치 없이, 아무개와 아무 물건을 사고파는 일반적인 마켓이 되기에 십상이에요. 단, 사용성을 고려해 주거지와 근무지 두 곳을 동시에 등록할 수 있도록 배려했어요.

진짜 동네 주민과 사고팔 수 있도록 거래 면적을 줄이고 있습니다.

동네 주민이라는 공동체가 쭉 유지되리라 믿나요?
동네 커뮤니티에서 ‘나눔’이라는 걸 해요. 더 안 쓰는 물건을 이웃에게 무료로 나눠 주는 취지로요. 

이런 나눔 문화에서 우리 사회가 여전히 끈끈한 정을 가진 걸 알 수 있어요. 나눔 장터에 물건을 주고받으며 음료수라도 하나 건네는 훈훈한 모습을 보면, 저도 모르게 흐뭇해지더라고요. 

〈당근마켓〉에는 거래가 끝나면 서로에게 매너 온도를 매길 수 있어요. 물건을 사고팔면 다신 안 볼 사람처럼 돌아서는 게 아니라 서로 얼마나 따뜻했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거죠. 거래가 맺어준 인연을 훈훈하게 기억하도록요.

거래가 끝나면 서로 매너 온도를 매겨 줍니다.

매달 11일은 〈당근마켓〉 자체적으로 나눔의 날로 정했습니다. 그날은 일반적인 거래뿐만 아니라 물건을 무료로 나누도록 장려해요.

물건을 쉽게 사고, 쉽게 배송받고, 쉽게 버리는 요즘 뜻깊은 행사라 생각해요. 쓰레기가 될지도 모르는 물건을 재사용하니 환경을 지키는 데도 도움 되죠.

동네를 더 나은 공간으로 가꾸려는 마음. 그 마음이 가진 힘을 믿어요.

김재현, 당근마켓 공동 대표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요?
재능이나 취미를 나누는 플랫폼으로 키우고 싶어요. 식빵 굽는 것을 좋아하는 누군가가 동네에서 원데이 클래스를 열고 싶다면? 〈당근마켓〉이 클래스를 홍보하고 이웃을 모으는 역할을 하는 거죠.

시대에 역행하는 발상 같나요? 하지만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어요. 실제 주민이 아닌 전문 업자가 판매 게시글을 올리면 그들을 내쫓기 위해 신고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나와 이웃이 속한 동네를 더 나은 공간으로 가꾸려는 마음. 그 마음이 가진 힘을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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