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를 만나다

변화를 이끄는 그녀들

여성 개발자들의 이야기

앱이 사라진 세상을 상상해 봅시다. 소통하는 것, 길을 찾는 것, 추억을 기록하는 것부터 당장 어려울지 몰라요. 평소엔 잘 느끼지 못하지만, 앱은 이제 우리 생활의 아주 중요한 일부가 됐죠.

삶을 더 편리하게, 즐겁게 만들어 주는 앱. 그 뒤에는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 삶에 가치 있는 변화를 주는 앱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뛰고 있죠. 앱으로 변화를 이끄는 여성 개발자들의 이야기, 지금부터 소개합니다.

SOVS

"사진 한 장만 찍어 주실 수 있나요?"라고 모르는 사람에게 부탁하며 생각합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딱 찍어 주면 좋으련만.'

조금은 걱정되는 마음으로 iPhone을 건네고, 마음껏 포즈를 취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발 부분이 잘린 사진, 얼굴이 과하게 클로즈업된 사진이 돌아옵니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이곳에서 꼭 멋진 사진 한 방 남겨야 하는데, 아쉬운 마음만 남죠. 그런 날을 위해 〈SOVS〉가 있습니다.

〈SOVS〉는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할 때 쓰는 촬영 앱입니다. 사용자가 직접 구도를 정하거나 앱에 마련된 구도를 고르면, 촬영하는 사람은 그에 맞춰 찍으면 되죠.

소브스의 박조은 공동 대표는 "인물 사진의 경우 구도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사진의 결과물이 달라진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구도에 집중했습니다. 예를 들어 얼굴은 작게, 다리는 길게 나오는 사진을 원한다면, 그에 맞는 특정한 구도로 찍어야 하거든요."

대부분 사진 관련 앱들은 주로 이미 촬영한 사진의 색, 명암을 보정하는 기능을 하죠. 피사체의 위치, 구도와는 상관없이 말예요. 이와 달리 〈SOVS〉는 촬영할 때부터 사용자가 지정한 구도로 찍게 도와줍니다.

소수영 공동 대표는 말합니다.

"예전엔 사진을 부탁할 때 원하는 구도를 말로 하나하나 설명했다면, 이제는 실루엣으로 간단하게 보여 주면 돼요. 사람들이 특별한 순간을 아름답게 기록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StyleShare

〈StyleShare〉는 사용자들이 패션, 뷰티 팁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공유하는 공간입니다. 다만, TV나 영화 속 모델들이 주인공이 아니에요. 일반인들이 올리는 게시물로 가득하죠. 이곳엔 젊은 여성들이 주로 옷, 화장품, 헤어 스타일 등에 대한 소소한 정보를 공유하며 소통하고 있어요.

〈StyleShare〉를 개발한 윤자영 대표는 '살아 있는' 정보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고 합니다. 수많은 정보 중에서 정말 나에게 도움이 되는 생생한 정보를 얻고 싶은 여성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은 셈입니다.

"완벽한 모델이 주인공인 패션 콘텐츠를 접하는 것이 아니에요. 나와 다르지 않은 또래들이 공유한 사진을 보고 공감하고 또 자신감을 얻는 것이죠."

나아가 윤 대표는 〈StyleShare〉가 젊은 여성들에게 자신만의 개성을 표출하고 미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기르는 곳이 되길 바란다고 합니다.

"획일화된 미보다는, 다양하고 일상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가치를 확산시키는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Prêt à Template

〈Prêt à Template〉은 패션 전공자들을 위한 스케치 앱입니다. 남성복, 여성복, 유아복 등 500가지가 넘는 양식이 마련돼 있죠. iPhone이나 iPad에서 스케치하고 색을 입힐 수 있어요. 탭으로 슥슥 손쉽게 말예요.

이 앱이 있기 전엔 어떻게 했냐고요? 작품 하나를 구상하기 위해 수십 권의 스케치북을 챙기고 연필, 물감, 펜, 색연필, 지우개까지 들고 다녀야 했죠. 하지만 이젠 앱을 펼치고 바로 스케치를 시작하면 됩니다. 뉴욕의 파슨스, FIT를 비롯한 여러 패션 디자인 학교도 〈Prêt à Template〉을 이미 수업에 활용하고 있죠.

브라질 출신 패션 디자이너 로베르타 와이언드(Roberta Weiand). 그는 패션 전공자를 위한 스케치 앱은 전무하다는 걸 깨닫고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저는 패션 전공 강의를 하고 있었는데, 학생들에게 단계별로 스케치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어요. 하지만 수많은 스케치, 드로잉 앱 중에서 패션 전공자를 위한 앱은 찾아볼 수 없었죠. 그래서 앱 개발을 도와줄 사람을 찾고, 실력있는 전문가들을 찾아 팀을 꾸렸어요. 패션 디자인의 크리에이티브한 프로세스를 더 편리하게 만들겠다는 사명감에 공감하고 동참할 사람들을 모은 것입니다."

와이언드는 패션을 테크놀로지와 접목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합니다. 기술 분야를 전공한 것이 아니니, 앱 개발에 있어선 잘 모르는 부분이 많았던 거죠. 하지만 그는 모르는 건 배우면 된다는 자세로 접근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와이언드는 기술 분야를 전공하지 않은 여성들이 앱을 통해 변화를 이끌고 싶다면 "실력있는 팀원들을 모아, 그들로부터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합니다.

"당신의 철학에 공감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누구로부터든지 항상 배울 자세를 갖추세요. 그리고 당신이 꼭 기술 분야 전공자가 아니라도, 그간 쌓아온 실력과 경험이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단 점을 기억하길 바랍니다."

Oz: Broken Kingdom™

마법의 나라 오즈를 배경으로 한 게임 〈Oz: Broken Kingdom™〉엔 용맹한 여성 영웅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개발사 디스 게임 스튜디오(This Game Studio)의 창업자, 헤더 프라이스(Heather Price)는 주인공 오필리아가 여성의 강인함을 상징한다고 말합니다.

"오필리아는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기 위해 용기있게 달려들어요. 필요한 경우엔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요. 여느 강인한 사람들이 그러하듯 말이죠. 끝내주게 멋진 여걸이에요."

오필리아는 허수아비, 사자, 틴 맨과 함께 시원하게 적을 쳐부숩니다. 칼을 날렵하게 휘두르면서요. 프라이스에 따르면 〈Oz: Broken Kingdom™〉 개발팀은 오필리아를 "정말 강력한 히로인"으로 만들고자 했죠.

"요즘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보면 강인한 이미지의 여성 캐릭터가 많아지고 있어요. 우리는 이런 역사적인 변화에 동참하고 싶었어요."

프라이스는 더 많은 여성이 게임 산업에 뛰어들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특히 모바일 게임 산업이 성장하면서, 여성이 기여할 부분이 많아졌다고 보고 있죠.

"게임업계에 몸담은 여성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멋진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게임을 많이 개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젊은 여성들이 게임 산업에 많이 뛰어들었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