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를 만나다

자연을 앱에 담는 부부

어느 개발자 부부의 초록빛 인생.

’아… 다 때려치우고 시골 가서 살까?’



누구나 한 번쯤 자연 속에서 여유롭게 사는 삶을 꿈꿉니다. 하지만 선뜻 실행에 옮기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그런데 여기, 도시를 떠나 자연에 둥지를 트는 데 성공한 이들이 있습니다. 자연을 모티프로 다양한 앱을 개발하는 마크 헨드릭스(Mark Hendriks)와 스테레 헨드릭스(Sterre Hendriks) 부부입니다.

스페인의 광활한 자연 속에서 앱을 만드는 이들의 초록빛 삶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날씨 앱부터 명상 앱까지, 다양한 앱을 부부가 함께 만들어왔습니다.
마크: 2015년, 아내의 그림을 더한 날씨 앱을 만들었어요. 처음엔 재밌는 프로젝트 정도로 생각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서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함께 작업하기 시작했어요.

스테레: 그다음 만든 앱이 다양한 자연의 소리를 들려주는 〈Wildfulness〉와 〈Wildfulness 2〉였어요. 열대 섬의 소리를 들려주는 〈Sonus Island〉도 내놓았고요. 그리고 2019년 도시를 떠나 시골로 이사 온 후엔 자연의 소리는 물론 명상 수업까지 제공하는 〈Wild Journey〉를 선보였죠.

도시 생활을 접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스테레: 마치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었달까요? 좋은 동네, 좋은 집, 좋은 직장. 누가 봐도 남부러울 것 없는 생활이었지만, 조금 다른 삶을 살고 싶었어요. 자연과 더 맞닿아 있는 삶 말이죠. 그래서 결국 고향인 네덜란드를 떠나 스페인으로 이사 왔어요.

지금 사는 곳은 어떤 곳인가요?

스테레: 그야말로 야생 그대로예요. 우리가 소유한 땅의 면적이 약 8헥타르(약 2만 4000평)에 달하는데, 대부분 풀과 들꽃과 바위로 뒤덮여 있죠. 멧돼지, 여우, 올빼미 등 온갖 종류의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고요.

우리가 자연에서 받는 긍정적인 기운을 앱에 담아, 사용자에게 고스란히 전달하고 싶었어요.

스테레 헨드릭스

자연에서 살아보니 어떤가요? 마냥 쉽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

마크: 모든 게 물 흐르듯 순조롭달까요? 들판을 거닐며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산을 오르며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도 하고…. 도시에서 생활할 때보다 더 즐겁고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스테레: 우린 집순이, 집돌이와는 거리가 멀어요. 산꼭대기야말로 우리에겐 최고의 회의실이죠. (웃음)

업무는 어떻게 분담하나요?
마크: 코딩, UI 디자인, 사운드 믹싱 등 기술적인 부분은 제가 맡아요. 삽화, 애니메이션, 명상 수업 대본은 아내가 담당하고요. 앱의 전체적인 콘셉트는 함께 구상하죠.

자연의 소리를 직접 녹음하나요?

마크: 새가 지저귀는 소리,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 바람 소리 등 에미상을 수상한 프로듀서가 녹음한 다양한 소리를 믹싱해 우리가 원하는 사운드스케이프를 구현합니다.



스테레: 예를 들어 숲의 소리를 만들고 싶다면 그 숲엔 어떤 새들이 서식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 크기의 시내가 흐르고 있는지 떠올려요. 또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인지, 비가 오는 날인지, 상황에 따라 다른 숲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며 그에 맞는 사운드를 조합하는 거죠.

사용자들이 앱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자연을 경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마크 헨드릭스

같은 장소라도 계절, 밤과 낮, 날씨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겠네요.

스테레: 그럼요. 같은 장소라도 매번 다른 경험을 선사하죠. 새들은 어느 계절에 가장 강렬하게 지저귀는지, 박쥐들은 몇 시에 모습을 드러내고, 올빼미들은 몇 시부터 울기 시작하는지. 자연에서 오랫동안 지내다 보면 그런 소소한 디테일이 귀에 들어와요.

마크: 〈Wild Journey〉를 만들 때 이러한 부분에 특히 신경 썼어요. 같은 사운드스케이프더라도 어제와 오늘이 다른 거죠. 스마트폰으로 자연을 접하는 사용자들에게 최대한 현실적인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어요.

이미 자연과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이 이용할 만한 기능도 있나요?

스테레: 그럼요. 비 오는 소리를 들으며 잠드는 걸 정말 좋아하는데 늘 비가 오는 건 아니죠. 그럴 땐 저도 앱을 활용해요. 〈Wild Journey〉에 있는 명상 수업도 추천해요. 평소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자연을 바라보는 계기가 될 거예요.

우리에게 자연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스테레: 도시에서 보내는 삶은 참 빡빡해요. 숨 돌릴 틈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야 할 때가 많죠. 반면, 자연은 서두르지 않아요. 조급해하지 않아도 모든 게 순리대로 돌아가요. 겨울엔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봄과 여름엔 꽃과 열매를 맺고…. 삶에도 이런 ’균형’이 필요하죠.



자연을 통해 내게 남은 하루를, 나아가 내게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삶에서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