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다 끝난 거야? 벌써 송금 된 거야? 말도 안 돼."
2014년 여름. 남영철 씨는 지인의 부탁으로 아직 출시되지 않은 송금 앱을 테스트했다가 충격을 받았습니다. 복잡한 인증 절차 없이 간단하게 송금이 끝난 것을 보고도 믿기 어려웠습니다.

남 씨는 개발사를 수소문해 바로 이력서를 냈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충격을 주었던 그 앱을 만드는 데 참여했죠.
반년 후인 2015년 2월. 개발사는 '금융이 쉬워진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공인 인증서 없이 돈을 보내는 앱을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였습니다. 편리한 송금 서비스로 우리의 생활을 바꾼 앱, 〈토스〉의 시작입니다.

꼭 필요한 것만 보여 주자
"뭘 눌러야 할지 본능적으로 알 수 있는 앱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토스〉를 만든 개발사, 비바리퍼블리카의 남영철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배우지 않아도 어떻게 해야 할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앱을 만드는 것"이 그들의 목표였다고 말합니다.
이를 위해, 앱을 더 단순하게 디자인하는 것, 필요하지 않은 것은 과감히 제거하는 것에 힘을 쏟았습니다. 그 결과 디자인이 깔끔하고 가입과 송금이 손쉬운 앱이 탄생한 것이죠.
사람들이 쓰기 편한 앱을 만들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보였습니다. 개발 과정에서 무엇에 집중했습니까.
"앱을 개발하다 보면 습관적으로 이런저런 걸 집어넣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있으면 좋을 것 같은 것들'에 대해 강경하게 '노(no)'를 외쳤어요. 한 번의 인증, 한 번의 입력 과정에도 집요하게 의문을 제기했죠. '이게 꼭 필요해?'라고 끊임없이 되물으며 철저히 배제하고, 반드시 필요한 것에만 집중했습니다."

금융 앱이면 약관 등 설명이 많아야 할 것 같은데 〈토스〉는 텍스트가 많이 없습니다.
"단순한 예로, '생년월일을 정확히 입력하세요' 같은 주의 사항은 화면에 둘 필요가 없어요. 만일 잘못 입력하면 그때 알려 주면 되죠. 화면에 보이는 텍스트를 이런 방식으로 하나씩 제거했습니다."
그 결과 〈토스〉가 출시됐을 때 메인 화면엔 달랑 두 개의 입력창만 남게 됐습니다. 얼마를 보낼지, 누구에게 보낼지. 오직 두 가지 정보만 넣으면 됐죠. 화면을 깨끗하게 정리하자, 사용자에게 정말 필요한 실용적인 기능도 넣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 앱을 선보였을 때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것은 계좌번호 자동 입력 기능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본인의 계좌 번호는 기억해도, 받는 사람 계좌 번호를 외우진 못 하잖아요."

우리 어머니 같은 분들, 버튼 하나 누르는 것도 익숙지 않은 분들도 〈토스〉를 쉽게 쓸 수 있어야 합니다남영철 프로덕트 디자이너
누구에게든 쉬워야 한다
남영철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누구든지 쉽게 쓸 수 있는 앱을 만들기 위해 사용자가 할 일을 줄이는 것에 집착했다."고 말합니다.

'금융'이란 복잡한 서비스를 사용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어떤 노력을 했습니까.
"앱 안에 들어가는 모든 문구를 다시 썼습니다. 기존 금융 앱에서 쓰는 어려운 용어, 복잡한 약관, 에러 메시지 등을 일상생활에서 쉽게 사용하는 표현으로 바꿨어요. 제가 읽어도 이해가 안 되는 금융 용어도 많았거든요. 업무 일과 중 40%의 시간을 용어 다듬기에 쓴 것 같습니다."
한 화면에 하나의 할 일만 남도록 깔끔하게 정리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선택의 가짓수를 최대한 줄여 단순하게 만들기 위해서였죠. 화면에 보이는 가장 큰 것들을 누르다 보면 끝나 있도록요. 예를 들어 전화 인증을 하는 단계가 있어요. 인증에 필요한 숫자 4개만 딱 남겨 놓고, 버튼도 하나만 뒀어요. 잘못 누르는 실수를 하지 않게, 뭘 눌러야 할지 고민하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한 화면에 여러 기능을 집어넣는 실험을 했다가 결국 포기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송금 외에 투자 서비스로 확장하며, 메인 화면에 여러 버튼을 다 보여 주는 실험을 했어요. 하지만 첫 화면에 많은 것을 보여 줘도 사람들이 실제로 이용하진 않는다는 걸 알았죠. 결국, 첫 화면을 더 단순화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래서 2017년 업데이트를 통해, 첫 화면의 입력창도 2개에서 1개로 줄였습니다."

할 일을 다 끝내면 뭘 눌렀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쓰기 쉽게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입니다.남영철 프로덕트 디자이너
단순해도 안전할 수 있다
〈토스〉는 돈을 보내는 데 약 30초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간편합니다. 그렇다 보니 '이렇게 쉬우면 보안에 취약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들죠.
단순함과 보안, 두 가지를 어떻게 동시에 구현했습니까.
"기존 은행 앱으로 송금하려면, 앱에 로그인할 때 한 번, 송금할 때 한 번, 즉 두 번을 인증해야 했어요. 우리는 '두 배로 인증하면 더 안전한가'라는 질문을 던졌어요. 어차피 해커가 한 번 뚫었으면, 두 번 뚫는 건 쉽거든요. 결국 인증을 여러 번 하는 게 안전함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우린 안전한 기반을 만드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단순해도 안전할 수 있다는 말이네요.
"편리함과 안전함이 상충한다는 고정 관념을 깨고 싶었습니다. 앱이 단순하고 쉬워질수록,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대비해야 하는 것이 많아집니다. 사람들에게 인증을 두 번, 세 번씩 시키면서 더 많은 걸 요구하면 개발자의 일은 쉬워지죠. 하지만 우린 사람들의 사용 경험이 편해야 한다고 믿어요. 그래서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이중, 삼중의 보호 장치를 세웠습니다."
〈토스〉 개발 팀은 안전한 서비스를 만드는 것, 정말 보안 사고가 없도록 대비하는 것에 힘을 쏟고 있다고 합니다.
"업계 최고의 보안 전문가들을 데려오는 등 투자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매년 보안에 투자하는 금액이 전체 정보기술 예산 중 17.9%로, 이는 금융감독원의 권고 기준인 7%보다 훨씬 많은 수준입니다. 앱 출시 이후 지금까지 누적 송금액이 16조 원(2018년 6월 기준)을 기록했는데 그동안 보안 사고가 한 차례도 없었죠. 이런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 신뢰를 얻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