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를 만나다

검은사막, 한계에 도전하다

〈검은사막 모바일〉의 개발사 펄어비스를 만났습니다.

검은사막 모바일

월드클래스 MMOR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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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개국 출시, 누적 가입자 1000만 명, 총 플레이타임 24억 시간. 개발사 펄어비스(Pearl Abyss)가 지난 2015년 출시한 PC 게임 ‘검은사막’이 그간 쌓은 성적입니다(2018년 3분기 기준).

그리고 2018년 2월. 펄어비스는 iPhone과 iPad에서도 즐길 수 있는 〈검은사막 모바일〉을 선보였습니다. 화려하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구현해 큰 인기를 끌었죠. ‘2018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상(대통령상)도 받았습니다. 〈검은사막 모바일〉은 출시 약 1년 만에 전 세계 누적 다운로드 550만 건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검은사막 시리즈의 성공 뒤엔 한계에 도전해 최고의 게임을 만들겠다는 집착이 있었습니다. 펄어비스 창업자, 김대일 의장을 만나 그의 개발 철학을 들었습니다.

작은 화면의 고정 관념을 깨다

〈검은사막 모바일〉은 펄어비스가 처음 만든 모바일 게임이자 대표작입니다. 모바일에선 실현 불가능할 것처럼 여겨지던 수준까지 그래픽을 끌어올렸죠.

펄어비스는 수 년간 ‘검은사막’이라는 한우물만 파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화려한 전투 액션, 사실감 넘치는 비주얼을 작은 화면에도 제대로 구현했습니다. 짜릿한 타격감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고정 관념이란 게 있어요. 단순히 기기가 작기 때문에 비주얼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으리라 생각하곤 해요. 꼭 그렇지도 않은데 말이지요. 모바일 기기는 작으니까, 발열 때문에, 배터리가 닳으니까 한계가 있을 거란 생각. 우린 그 생각부터 바꾸었어요.

그런 고정 관념이 언제 깨지던가요.
개발 초기부터 모바일 기기 성능이 압도적으로 좋다는 걸 깨닫고 우리의 목표를 아주 높게 잡았죠.

〈검은사막 모바일〉의 그래픽을 국내 최고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했는데, 원하는 수준까지 완성한 겁니까.
만들고 보니 아쉬운 부분이 많아요.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빛과 그림자는 더욱 정교하게, 질감은 더욱 사실적으로, 특수 효과는 더욱더 화려해질 수 있어요.

모바일 화면이 작다고 해서 성능이 안 나온다? 정작 그렇지도 않아요. 고정 관념을 깨야 합니다.

게임의 룰을 뒤집다

김 의장은 요즘도 매일 코딩을 합니다. 그는 대형 개발사에 몸담았을 당시 흥행작을 여러 편 만들어, ‘천재 개발자’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한창 잘 나가던 그는 2010년 회사를 그만두고 펄어비스를 창업했습니다. 그리고 게임의 틀이 되는 엔진을 직접 만드는 등 다른 방식을 시도했습니다.

기존 업계에선 해외 게임의 엔진을 가져와 쓰는 방식이 주를 이룹니다. 비용, 시간, 노력이 적게 들지만 게임과 완벽하게 맞긴 어렵죠. 이와 달리 펄어비스는 시간이 오래 걸려도 최고의 게임을 만들 수 있는 발판부터 다진 셈입니다.

대형 개발사를 나와 창업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좋은 게임을 만들려면 좋은 사람이 많이 필요해요. 또 그들에게 충분히 보상할 수 있어야 하고요. 특히 검은사막 시리즈처럼 퀄리티 높은 게임을 만들려면 대규모 인력이 필요하죠. 하지만 제가 직원 입장일 땐 혼자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 많았고 결국 창업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어요.

게임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곳, 게임이 성공하면 보상이 있는 곳. 최고의 게임을 만들려면, 이런 조직이 필요했어요.

제품보다 사람에 대한 생각을 먼저 한 셈이네요.
문제 해결이나 결정을 잘한 사람을 위로 올려 주고 연봉도 높여 줬죠. 이것은 개개인이 실력을 키울 유인이 됐고요.

엔진도 직접 개발하고, 음향, 모션 캡처 작업을 위한 스튜디오도 세워 개발 효율을 높였다고 들었습니다.
엔진을 사다 쓰지 않는 것에 대해 처음엔 반대도 많았어요. 하지만 저흰 엔진 살 돈을 아껴 사람에 투자했어요. 직접 엔진을 만들면 우리가 한계까지 시도할 수 있고, 게임 퀄리티를 더욱 올릴 수 있다고 봤죠.

경기도 안양시에 있는 펄어비스 본사 스튜디오에서 사람의 동작을 캡쳐해, 게임 속 캐릭터의 모습을 만듭니다.

비주얼의 한계를 시험하다

눈 모양, 얼굴 주름, 입술 길이, 다리 두께까지.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직접 세밀히 조절할 수 있게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게임 내 자유도는 높을수록 좋아요.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의 자유도를 높여 다른 게임과 차별화할 수 있다고 봤어요.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세세히 만져 가며 꾸밀 수 있게 했죠. 게다가 사람들이 직접 만들면 되니 우리 디자이너가 수고를 덜 할 것 같았어요.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캐릭터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유저 입장에선,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어 창의성을 표현하는 공간이 된 듯합니다.
본 게임을 플레이해야 하는데, 오히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많이 해서….

〈검은사막 모바일〉은 전쟁 게임인데, 미남 미녀 캐릭터가 많아요.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어요. 여성 캐릭터만 너무 많이 만드는 문화도 바뀌었으면 하고요. 개인적으론 유저들이 캐릭터 만드는 데만 열중하지 않고, 본 게임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 세계 누구든 몰입할 수 있는 재밌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해외에서도 〈검은사막 모바일〉이 인기를 끌고 있고 콘솔 버전도 나올 예정이죠. 앞으로 목표가 궁금합니다.
아직 우린 세계적 클래스까진 올라오지 못 했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한국 최고 게임을 만드는 게 목표였는데요. 이제 그 목표를 바꿀 때가 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