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 모험가, 그리고 여걸로 기억되는 라라 크로프트(Lara Croft). 우리가 그녀를 처음 만난 건, 20여 년 전 비디오 게임 ‘툼 레이더(Tomb Raider)’를 통해서였습니다.
툼 레이더는 수년간 영화로, PC와 콘솔 게임으로, 그리고 모바일 게임으로 진화했습니다. 그동안 주인공 라라 크로프트도 같이 변화하고 성장했죠.
2015년 iPhone과 iPad에 등장한 〈Lara Croft GO〉 속 라라 크로프트는 예전의 강인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개발사 스퀘어 에닉스(Square Enix)는 그녀를 강한 모험가로 디자인하는 데 공을 들였다고 합니다. 도전적인 성향이 더욱 잘 드러나도록, 우아하고 세련된 아우라가 화면 너머로 여실히 느껴지도록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다니엘 러츠(Daniel Lutz)와 테크니컬 디렉터 앙투안 루통(Antoine Routon)으로부터 캐릭터 디자인 과정에 대해 들었습니다.
라라 크로프트처럼 상징적인 캐릭터를 ‘GO’ 시리즈로 가져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었을 듯합니다.
아예 새로운 캐릭터를 백지상태에서 디자인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어요. 라라 크로프트가 가진 브랜드 이미지를 계승하면서도 우리만의 색을 입히는 건 쉽지 않았죠.
우리는 〈Lara Croft GO〉가 원작에 대한 오마주가 되길 바랐습니다. 동시에 라라 크로프트라는 캐릭터를 오늘날 정서에 맞게 재해석하고자 했죠.
원작 툼 레이더를 GO 시리즈로 옮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무엇이었나요.
원작은 액션 게임, GO 시리즈는 턴제 게임이라 고민이 많았어요. 평소보다 더욱 창의적인 방법으로 개발해야 했죠. 앞서 만든 〈Deus Ex GO〉와 〈Hitman GO〉가 흥행했다고 해서, GO라는 틀 안에 일방적으로 툼 레이더 콘텐츠를 끼워 넣는 방식은 원치 않았습니다. 툼 레이더 시리즈의 핵심 요소를 뼈대 삼고 GO만의 독특한 요소로 살을 붙이는 식으로 윤곽을 잡았죠.
라라 크로프트는 어떤 캐릭터인가요.
영민하고 운동 신경이 뛰어나 그 어떤 위험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방법을 찾는, 단련된 모험가죠.
원작의 라라 크로프트와 〈Lara Croft GO〉 속 그녀의 모습은 어떻게 다른가요.
그녀를 상징하는 부분은 유지하되, 1990년대 비디오 게임들의 여성 캐릭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징은 배제했어요. 뒤로 묶은 갈색 머리, 파란색 민소매 티, 전투용 부츠, 무기를 넣는 벨트는 원작 그대로입니다.
그녀의 모험가적 기질과 도전적 성향은 더욱 드러내고자 했어요. 라라 크로프트가 자리에서 빙 돌 때, 민첩한 느낌을 보여 줄 수 있게 아크로바틱 요소도 더했고요.
당시 여성 캐릭터들의 특징이 어땠나요.
과하게 성적 대상화됐고 역할에도 한계가 있었어요. ‘이렇게 그려져야 한다.’라는 고정 관념도 있었고요. 우리가 라라 크로프트를 새롭게 디자인할 땐, 그런 관습을 깨고자 했죠. 〈Lara Croft GO〉에선 그녀의 외적 모습보다 위험한 상황에서도 해결법을 찾아내는 모습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어떻게 달라졌다고 봅니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비디오 게임 시장은 남성 소비자 중심으로 흘러갔습니다. 남성성이 과하다 보니 ‘여자아이들은 환영받지 못하는 곳’이란 인식도 퍼졌고요. 하지만 요즘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개발사들도 영감을 주는 여성 캐릭터를 많이 만들고 있어요. 게이머들도 남녀 할 것 없이 다양해졌고요.
게임 캐릭터를 대하는 게이머들의 시각도 변하고 있나요.
게임의 몰입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어요. 게이머가 캐릭터들과 자신을 동일시하거나, 같은 감정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죠. 그런 면에서 〈Lara Croft GO〉는 오늘날 정서와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해요.
툼 레이더가 수년간 여러 버전으로 재생산되는 동안에도 라라 크로프트를 가장 그녀답게 하는 요소는 그대로였다고 봐요. 어떤 위험에도 겁먹지 않고, 동굴이든 무덤이든 대담하게 뛰어들고, 끝까지 살아남는 용맹한 모험가. 그 모습은 변함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