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를 만나다

펭귄의 탄생

게임으로 귀여움을 전하는 〈펭귄의 섬〉 개발자를 만났습니다.

펭귄의 섬

편안하고 느긋한 시간

보기

귀여움이라는 것이 폭발한다.



〈펭귄의 섬〉을 플레이하다 보면, 누구라도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바다 위에 덩그러니 놓인 커다란 얼음 섬, 그리고 그 위를 뒤뚱뒤뚱 걸어 다니는 펭귄들. 귀엽고, 귀엽고, 또 귀엽기 때문입니다.

바라만 봐도 마음이 평온해지고 입가에 미소가 절로 퍼지는 〈펭귄의 섬〉. 이 귀여운 게임이 탄생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요?



개발사 팬텀(Fantome)의 공동 대표 김상헌 씨와 김동준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펭귄의 섬〉은 어떤 게임인가요?

김상헌: 한마디로 펭귄을 감상하는 게임입니다. 〈펭귄의 섬〉을 보여줬을 때 “어? 귀엽다!”라는 반응이 바로 나오게 하는 것. 그게 저희 목표였죠.



펭귄에 집중한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김상헌: 강아지나 고양이가 나오는 게임은 많아도, 펭귄이 나오는 게임은 많지 않더라고요. 펭귄도 강아지나 고양이만큼 귀여운데 말이죠. 펭귄 게임이 있더라도 단순한 2D나 과도하게 희화화된 것이 대부분이었고요. 펭귄의 귀여운 면을 제대로 보여주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죠.

〈펭귄의 섬〉 개발 키워드는 ’귀여움’이었습니다.

김상헌, 팬텀 공동 대표

펭귄의 귀여운 모습을 감상하는 게임이라니. 우리가 흔히 아는 게임과는 많이 다른 것 같네요.

김상헌: 사실 방향을 잡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플레이어가 일종의 ’신’이 되어 얼음 섬을 자유자재로 설계하거나 펭귄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게 하는 등 다양한 콘셉트를 시도해봤죠. 그런데 게임이 너무 복잡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우리가 생각하는 이 게임의 본질인 ’펭귄의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만 집중하기로 했어요.



김동준: 게임 UI부터 배경음악, 그래픽까지. 펭귄 감상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설계했죠.

김동준 씨는 ”게임 UI가 가능한 한 화면을 가리지 않도록 설계했다.”라고 말합니다.

펭귄 묘사에도 적잖은 노력을 쏟았을 것 같습니다.

김상헌: 처음엔 최대한 디테일하게 묘사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제아무리 귀여운 펭귄도 너무 사실적으로 묘사하면 징그러워지더라고요. 어느 정도 단순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고민 끝에 지금의 로우폴리(low-poly) 펭귄들이 탄생했어요.



김동준: 펭귄 한 마리, 한 마리의 움직임에도 많이 신경 썼어요. 한 마리의 움직임을 구현해내는 건 쉬워요. 그런데 10마리, 20마리, 100마리가 모여 있다면 얘기가 달라지죠. 펭귄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말을 안 듣더라고요. 마치 진짜 펭귄처럼요. (웃음)

그런데 여느 펭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에요. 펭귄인데도 인간이 할 법한 행동을 하죠.

김상헌: 개발 초기에는 펭귄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했어요. 사냥을 하고, 알을 품고, 새끼를 기르는 등. 하지만 과연 이것만으로 플레이어들이 만족할까 싶었죠. 우리가 만드는 건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게임이니까요.



게임을 수차례 갈아엎었고, 출시 세 달 전엔 아예 접으려고도 했어요. 실마리가 안 보였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낚시를 하는 펭귄을 만들어보았어요. 현실에서 펭귄이 낚시하는 일은 없지만, 상상력을 조금만 동원한다면 ’있을 법한‘ 귀여운 상황이었죠. 그때 ’이거다!‘ 싶었어요. 꽃에 물을 주는 펭귄, 온천욕을 즐기는 펭귄, 캠프파이어 앞에서 몸을 녹이는 펭귄 등. 너무 과장되지 않은 소소한 상황을 만들어내기 시작했죠.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요소를 최대한 걷어내고자 했습니다.

김상헌, 팬텀 공동 대표

〈펭귄의 섬〉은 참 평화로운 곳 같아요. 경쟁도 없고, 장애물도 없고, ’게임 오버’도 없죠.

김동준: 네, 맞아요. 스트레스를 줄 만한 요소를 최대한 걷어내고자 했거든요. 이를테면 게임에 펭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능이 있지만 강요하진 않아요. 사진을 찍어 공유하면 보상을 몇 배 더 해준다거나 사진 촬영을 하나의 퀘스트로 만들 수도 있었지만 이 또한 없앴죠.



김상헌: 개발 초기에는 아예 아무것도 안 해도 게임이 진행되는 방식을 시도해보았어요. 그런데 ’이게 게임인가?‘ 싶더라고요. 그래서 어느 정도의 노력과 집중을 요구하는 지금의 방식을 선택하게 되었죠.

앱 안에서도 펭귄을 손쉽게 촬영할 수 있습니다.

광고 또한 게이머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펭귄의 섬〉에선 이를 어떻게 풀어냈나요?

김동준: 광고를 보는 것 역시 플레이어의 선택에 맡겼어요. 광고를 보는 게 게임을 더 빨리 진행하는 데 도움을 줄 순 있지만, 아예 안 보고도 게임을 충분히 진행할 수 있게끔 기획했죠.



김상헌: 수익을 내야 하니 광고를 넣을 수밖에 없었어요. 대신, 광고를 보는 데 소비한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보상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피로를 느끼지 않도록 어떤 광고를 어떤 주기로 노출할지도 깊이 고민했고요.

김상헌 공동 대표(앞줄 가운데)와 〈펭귄의 섬〉 개발진.

〈펭귄의 섬〉은 ’힐링 게임’이라고 불리곤 합니다. 처음부터 힐링 게임을 만들고자 했나요?

김동준: 내부에선 ’힐링’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 (웃음)



김상헌: 힐링을 키워드로 내세우면 그조차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당신은 이 게임을 통해 힐링을 받아야 합니다!’라고 강요하는 것 같달까요? 힐링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잖아요. 힐링에 연연하기보다, 그저 사람들이 게임을 통해 ’좋은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