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웹툰〉에서 『좀비딸』을 연재한 이윤창은 만화가 이외의 꿈을 가진 적이 없습니다. 『슬램덩크』를 따라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웹 소설과 만화를 인터넷에 올리며 꿈을 키웠죠. 결국 대학 시절 만든 단편 애니메이션을 확장한 『타임인조선』을 네이버 웹툰 ‘도전만화’ 코너에 올리면서 만화가를 향한 꿈에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11년, 그는 웹툰 작가로 정식 데뷔했습니다.

여러 회사를 다녀봤지만, 제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게 결국 만화더라고요.

슬럼프가 찾아오면 지난 작품들을 다시 읽으며 슬럼프를 극복하곤 합니다. “제가 그린 만화는 제 취향이라 너무 재밌거든요, 하하.”

평소에 데스크탑 컴퓨터, 액정 태블릿, 그리고 데스크탑용 Adobe Photoshop으로 웹툰을 그리는 이윤창. 이번에는 iPad, Apple Pencil, 그리고 〈Adobe Photoshop Sketch〉로 App Store 독자만을 위해 특별한 웹툰을 그렸습니다.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부터 웹툰 한 편을 완성하기까지, 그의 머릿속, 그리고 손끝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작가에게 직접 들어보았습니다.

1. 스토리 구상하기

좀비가 되어버린 딸을 키우는 아버지의 이야기, 『좀비딸』. 그 시작은 이윤창의 반려묘 뱅구에게서 비롯되었습니다. “자식처럼 키우고 있지만, 제 맨살을 엄청 물거든요.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죠.”

이윤창은 주인공 캐릭터에 자신을 많이 투영하곤 합니다. “나의 생활에서 나오는 행동과 말투이 투영되기 때문에 픽션이지만 생활툰과도 비슷해요.”

시작, 중간, 결말. 이윤창 작가는 전체 스토리의 큰 줄기만 짜둡니다. “스토리의 잔가지는 연재를 하며 그때그때 떠오르는 대로 풀어나가요. 그게 개그 치기에도 좋죠. 개그 만화는 즉흥적이고 뻔뻔한 게 잘 먹히거든요.”

영감을 받으려면 경험이 정말 중요해요. 결국 나의 행동과 말투와 경험을 그리는 것이니, 상상만 하지 말고 뭐든 경험해보세요.

2. 콘티 짜기

이윤창은 대사와 내레이션으로 이루어진 ‘글 콘티’를 가장 먼저 짭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Adobe Photoshop Sketch〉로 웹툰의 밑그림이 되어줄 ‘그림 콘티’를 짭니다.

“한눈에 봤을 때 딱 이해가 되는 컷을 그리는 게 중요해요. 단순하고 가독성이 좋아야 독자에게 개그가 더 잘 전달되죠.”

보통 한 회차당 약 80컷을 그립니다. “중요한 회차면 100컷을 넘겨서라도 독자들에게 강렬함을 주고, 아니라면 80컷에 맞게 혹은 더 적게 그립니다.”

웹툰의 호흡 역시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 컷과 다음 컷이 얼마나 잘 이어지는지. 컷과 컷 사이에 어색하게 건너뛰는 지점은 없는지 잘 살펴봐야 하죠. 잘 읽히는 웹툰과 그렇지 않은 웹툰을 나누는 건 바로 호흡입니다.”

똑같은 내용이라도 이를 그려내는 방식은 천차만별입니다. “애용이가 창밖을 바라보는 씬도 구도를 달리해서 풀어낼 수 있어요. 애용이를 옆에서 바라보는 구도로 그렸지만, 애용이의 눈에 담긴 창밖의 풍경만 보여주는 것도 괜찮은 연출이 될 수 있죠.”

3. 선 그리기

먼저, 웹툰의 뼈대가 되는 칸을 그립니다. 한 번 그려놓고 복사해서 쓰면 편리하죠.

칸을 일정한 크기로 그리다가, 임팩트 주고 싶은 컷을 칸 없이 크게 그려버린다면? 그 컷이 확 강조되죠.

창살을 그릴 때는 ‘선’ 툴을 활용합니다.

그런 다음 그림 콘티를 불러와, 살짝 보이기만 할 정도로 불투명도를 낮춘 후 여기에 덧대어 선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그림을 빨리 그리는 편이에요. 굉장히 정교하고 세심하게 그리는 분들도 많은데, 저는 이렇게 빠릿빠릿하게 휙휙 그리는 게 더 즐겁더라고요.”

4. 채색하기

채색할 땐 ‘잉크 브러시’를 사용합니다. 덧칠하면 색이 겹쳐지는 잉크 브러시의 특성상, 가능하면 한 번에 색칠하는 게 좋습니다. “진짜 마커로 그리는 것 같아서 좋더라고요. 옛날에 수작업하던 느낌이랄까요?”

캐릭터의 색이 모든 컷에서 통일되도록, 스포이드로 색을 끌어와 사용합니다.

배경을 색칠할 때는 ‘수채화 평면 브러시’로 바꿔줍니다. “대학 입시 준비할 때 이런 넙적한 붓에 물을 많이 먹여서 배경을 쫙쫙 칠했거든요. 그 추억이 떠올라서 좋았어요.”

‘이 그림은 딱 이윤창이야!’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확고한 아이덴티티가 있는 만화를 그리고 싶었어요.

5. 말풍선 및 대사 작업하기

말풍선을 그리고 대사를 입력하면 웹툰 한 편이 완성됩니다.

이윤창은 말풍선의 위치를 잡을 때 왼쪽에서 오른쪽, 위에서 아래로 흐르도록 신경을 씁니다. 말풍선이 그림을 너무 가려서도 안 되죠.

“그리기 애매한 부분들을 말풍선으로 가려버릴 수도 있죠. 일종의 만화적인 ‘꼼수’랄까요.”

마지막으로 〈Adobe Photoshop〉으로 파일을 내보낸 다음, 텍스트를 기입합니다. 대사는 최대한 짧게 쓰려고 노력하지만, 길어지면 문장을 3등분합니다. “웬만하면 3줄을 넘기지 않는 게 좋아요. 가독성이 떨어져서 사람들이 안 읽거든요.”

그는 말풍선과 글씨의 조화도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이건 주호민 작가님의 팁인데, 달걀 후라이의 흰자와 노른자의 비율이 적당하죠.”

작가가 웹툰 지망생에게 전하는 팁

어릴 적부터 그림을 그렸지만, 대회에서 상 한 번 못 타봤어요. 내가 재능이 없나 싶을 수도 있었겠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았죠.

1. 사람마다 만개하는 시기가 다르니, 꾸준히 도전해보자. 단, 스스로를 갈고닦으며 많은 준비를 해두어야 한다.

2.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 남들과 차별화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 내 경우에는 ‘개그’였고, 무기가 되게끔 갈고닦았다.

3. 신인도 자신의 작품에 대한 ‘에고(ego)’가 필요하다. 다 잡아먹을 기세로 거만해도 된다. 작품 하나 하고 나면, 자연스레 겸손해질 것이다.

이 스토리가 웹툰 작가를 꿈꾸는 당신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당신만의 빛나는 이야기가 세상에 나올 수 있기를, 이윤창 작가와 App Store가 응원합니다.

이윤창 작가가 iPad와 Apple Pencil, 그리고 〈Adobe Photoshop Sketch〉로 그린 『좀비딸』 번외 편을 만나보세요.